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대규모 무역협정에 성공하며 정치적 반전을 꾀하고 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트럼프의 승리”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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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 깃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예고한 뒤 90일 이내 90개국과 협상 타결을 자신했던 발언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 성과를 거둔 대형 협정이다.
당초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방적 관세 협상이 진행되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으나, 필리핀, 일본, 인도네시아에 이어 최대 무역 파트너인 EU까지 협정을 체결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협정에서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상당수 관철시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EU가 가장 강하게 반발할 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미국의 요구를 상당수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도 이번 협정은 의미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그간 인플레이션, 실업 증가 등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고,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중간선거 패배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EU와의 합의는 이 같은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에너지 7천500억 달러(약 1천38조원) 규모를 구매하고, 기존 투자 외에도 6천억 달러(약 830조7천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무역전쟁의 위기를 피하고 정치·경제적 통합을 유지하려는 EU의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독일은 자국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고율 관세 타깃이 되면서 협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미국이 30% 고율 관세를 단행할 경우, EU 단일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안보 측면도 작용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긴밀한 안보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유럽 내부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 앞서 일본 역시 미국에 농산물 시장 일부 개방과 함께 5천500억 달러(약 761조원) 투자에 합의한 것도 안보 차원의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부 내용이 미정인 이번 합의를 과도하게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앤드루 헤일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구체적 협상은 뒤로 미룬 만큼, 이번 합의는 기대만큼 실질적 효과를 낼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세부 협상 과정에서 EU 각국의 입장차가 표면화될 경우, ‘트럼프의 승리’라는 평가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략이 재정비되며, 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