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상호관세 협상 시한이 오는 8월 1일로 임박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산업·투자·안보 통합 협상 패키지를 마련하고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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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이 각각 미국과 합의해 상호관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춘 전례에 맞춰, 25%로 예고된 대미 상호관세를 최소한 동일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산업·기획재정부·외교부 장관이 이번 주 일제히 미국을 방문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과의 연이은 협상에 이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잔류 중이다. 특히 김 장관은 뉴욕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스코틀랜드로 이동해 추가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및 EU와의 관세 협상에서 강조한 ‘대규모 대미 투자’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은 ‘1천억 달러+α’의 투자안을 준비했으나, 미국 측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한국은 산업 협력, 에너지 구매, 방위비 분담, 농산물 상징적 양보 등을 아우른 ‘원스톱 쇼핑’ 형식의 차별화된 ‘K-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패키지는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닌, 미국의 전략 산업 및 안보 이해관계에 부응하는 전방위적 협력안으로 구성됐다.

핵심 카드 중 하나는 조선 분야다. 한국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와 함께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까지 포괄하며, 미국의 해군력 증강 정책과도 맞물린다.

조선 외에도 반도체, 배터리 산업 투자와 미국산 항공기 추가 구매가 산업 패키지에 포함됐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산 가스 및 원유 수입 확대를 제안하며,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에 일본과 공동 참여하는 조인트 벤처(JV)에 한국이 함께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 농산물 분야에 대해서도 한국은 제한적 양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미국은 자국 농민층을 트럼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어, 시장 개방 및 구매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검역 등 기술적 협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실질 피해가 없다는 전제하에 상징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 내 협상 성과로 과시할 수 있는 항목 중 하나로, 산업·에너지·무역 협력 패키지와 함께 일괄 타결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눈에 보이는 숫자”에 대응하기 위해 수치 기반의 협상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호관세 인하 혹은 동결이라는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2023~2024년 미국에 대한 투자 1위 국가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미국의 양보를 더 이끌어낼 수 있다”며 “농산물이나 에너지 등 국내에 민감한 부분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25% 상호관세가 발효될 경우,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경쟁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남은 나흘간 한국 정부의 총력 설득 외교가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