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달 중 방한 계획이 미국 내 사정으로 무산됐다.
중동 정세 및 트럼프 대통령의 네타냐후 총리 회담 등이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은 한미 간 고위급 외교 채널 협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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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안보실장, 루비오 미 국무장관 면담 (서울=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NATO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위성락 안보실장이 24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면담했다고 대통령실이 25일 전했다. 2025.6.2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 일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3일 "미국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방한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동안 한미 양측은 루비오 장관이 오는 10일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전후해 한국에 들르는 방안을 조율 중이었다. 구체적으로는 8일 방한 후 정상급 회담 가능성까지 논의됐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정은 중동 지역 정세의 불안과 관련해 백악관에서의 외교 일정이 겹치면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휴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인 점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루비오 장관은 국무장관직 외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겸하고 있어 중동 회담 준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는 8일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일과도 겹쳐 있어 무역협상 전략 조율을 위한 워싱턴 체류가 요구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비오 장관은 당초 일본을 경유한 방한을 계획했으나, 일본 방문도 함께 취소되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외교 일정 전반이 중단되면서,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도 당분간 연기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고위급 인사 교류를 지속해서 협의할 예정"이라며 외교적 접촉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방한 무산은 한미 외교 채널에 일시적 공백을 초래했지만, 여전히 정례적 대화 틀을 유지하며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 사안은 한미관계의 굵직한 외교 현안들이 중동 정세라는 세계적 변수에 민감하게 연동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무산은 단순한 일정 변경이 아닌, 미국의 우선순위와 외교 자원의 배분이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가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다. 따라서 정부는 고위급 라인을 활용한 전략적 소통을 보다 촘촘히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향후 미중 균형, 대북 정책, 무역 협상 등이 한미관계에서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