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리츠가 대구 달서구에서 전체 990가구가 미분양된 대형 아파트 단지를 통째로 매입하기로 하면서 지방 미분양 해소에 시동을 걸었다. 양산·경주 지역의 400여 가구까지 포함하면 총 1,981가구에 달하는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이 매입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세제 감면과 금융 지원을 통해 CR리츠 활성화에 나서며 지방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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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도 미분양 공포(CG)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에서 미분양 문제가 가장 심각한 대구에서, 아예 입주자 한 명 없이 1년 넘게 방치됐던 대형 아파트 단지를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전량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단지는 2024년 4월 준공되었음에도 분양이 전혀 되지 않았고, 발코니 확장 등 수백만 원 상당의 옵션을 무료로 제공했음에도 청약 참패를 면치 못했다. 결국, 총 990가구 전량이 CR리츠에 넘어가며 시장 퇴장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경북 경주(163가구), 경남 양산(265가구), 대구 달서구(990가구)에서 총 1,400가구에 대해 신규 CR리츠 3개가 영업 등록을 신청했다. 여기에 기존에 매입이 확정된 광양 275가구, 대구 수성구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288가구를 합치면, 전국적으로 CR리츠가 인수했거나 신청한 미분양 물량은 1,981가구로 늘어난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지역으로, 2025년 4월 말 기준 3,776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악성 미분양(2만1천897가구)의 약 17%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CR리츠의 대규모 매입이 완료될 경우, 대구의 미분양 재고는 단숨에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CR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분양 주택을 인수하고 임대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 중과세율을 면제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에서도 5년간 제외하기로 했다. 더불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감정가의 최대 70%까지 모기지 보증도 제공하고 있다.
CR리츠는 과거에도 금융위기 시기에 도입돼 2009년 2,100가구, 2014년 5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바 있다. 최근 지방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정부는 CR리츠 매입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매입과 더불어 3년간 최대 1만 가구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겠다는 신규 대책도 내놓은 상태다. 이 방안에는 3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배정돼 직접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결국 이번 대구 사례는 지방 부동산 침체와 미분양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정부·민간 합작의 대표 사례로 주목되며, 향후 CR리츠의 전국 확산과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매입 후 수익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임대 및 매각 전략, 시장 회복 속도 등에 따라 CR리츠의 성패는 엇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