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매매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40억원대에 진입했다. 3월 거래된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는 43억원에 팔리며, 소형 아파트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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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96㎡가 지난 2월 24일 29층 매물로 40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이어 3월 22일에는 같은 면적의 12층 매물이 43억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로써 소형 아파트도 강남 고급 주택 시장에서 고가 행진에 합류한 셈이다.

반포와 압구정동 일대에서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소형 아파트가 40억원대에 거래된 사례가 총 9건 발생했다. 래미안퍼스티지와 아크로리버파크, 압구정 한양1차 등도 4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현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주택담보대출 상한 규제로 인해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유지되고 있으며, 호가는 40억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의 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의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1,398만원을 기록해, 시세 집계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9월(10억1,132만원)과 10월(10억59만원)을 넘은 수치다.

서울 전체 소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8억5,350만원으로,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8억5천만원 선을 다시 돌파했다. 특히 동작구 대방동 주공2차아파트 전용 59.97㎡는 지난달 10억1천만원(12층), 10억원(4층)에 거래되며 강세 흐름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6월 27일 발표된 대출 규제(6·27대책)로 인해 6억원 이하 아파트에 실수요가 집중되면서 중저가 소형 아파트 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6억원 미만 소형 아파트의 매매 건수는 2022년 2,674건, 2023년 3,652건, 2024년 4,336건, 올해 상반기에는 5,954건까지 증가했다. 아직 6월 말 신고 기한이 지나지 않아 최종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대출 규제로 인해 거래량은 줄었지만 가격 하락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기대감과 신규 공급의 희소성이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용 84㎡ 입주는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실거주와 재건축을 동시에 노릴 수 있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도 "금융 규제는 특정 시장의 수요를 억제하는 대신, 풍선효과를 유발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결과를 낳는다"며 "하반기에도 중저가 소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고가 소형 아파트와 중저가 소형 아파트 모두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한 가운데, 재건축 기대 지역의 고가 소형 아파트는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소형 아파트도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