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면서 분양을 앞둔 중대형 단지의 청약 문턱이 크게 높아졌고, 잔금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하는 방법도 사실상 차단됐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의 청약 경쟁률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청약은 ‘현금 부자’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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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74%, '주담대 6억' 규제에 매출 타격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며 서울 아파트의 74%, 18개 구의 대출 감소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날 부동산R114의 수도권 아파트 평균 시세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의 여신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서울 전체 25개 구 가운데 18개 구의 대출액이 종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가구 수로는 서울 시내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전체 재고아파트 약 171만7천384가구의 74%에 해당하는 총 127만6천257가구(임대아파트 제외)가 타격을 받는다. 2025.6.29 dwise@yna.co.kr

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청약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4천568만원에 이르면서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약 15억7천8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주담대 최대한도인 6억원을 모두 대출받더라도 약 9억7천800만원의 현금을 보유해야 청약이 가능하다. 중소형인 59㎡조차 평균 분양가 11억7천만원대로, 최소 5억7천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출 제한뿐만이 아니다.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던 계약자들도 난관에 부딪혔다. 규제 이후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소유권을 넘기려 해도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전세금 활용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시점을 놓친 일부 단지들은 분양 포기자 속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규제로 하반기 서울 청약시장에 포함된 24개 단지 중 22개 단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 르엘,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등 주요 지역 신축들이 대출 제한에 걸려, 청약 참여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청약 일정을 연기하거나 조건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면, 규제 적용 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마친 일부 단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영등포 리버센트 푸르지오와 성동구 오티에르포레 등은 간발의 차이로 규제를 피하면서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기존대로 가능하다. 이들 단지는 같은 입지 조건 속에서도 청약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도 관심을 모은다. 2023년 기준 84㎡ 분양가가 13억800만원이었지만, 이번 대출 규제로 현금 부담이 7억원 가까이로 늘었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 하락이 예상되며, ‘10억 시세차익’이라는 기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청약 경쟁력은 점차 ‘현금 보유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신한은행 우병탁 전문위원은 “청약 경쟁률 저하와 잔금 납부 실패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고, NH농협은행 김효선 전문위원은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와 자산가 수요로 인해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규제는 중산층 이하의 청약 참여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조치로 평가된다. 대출 없이도 수억 원을 마련할 수 있는 자산가만이 신축 아파트 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는 갈수록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부동산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수요 억제에 집중하고 있으나,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본래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