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이어 애플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겠다는 공식 요청을 우리 정부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16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천 대 1 축척의 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 요청이다. 당시 정부는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반출을 불허했지만, 이번에는 미국과의 통상 압력, 애플의 국내 서버 보유, 정부 협조 태도 등 새로운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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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연합뉴스TV 제공]
애플은 구글과 달리 한국 내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 보안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시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도 반출 심사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요소이며, 정부에 우호적인 접근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애플은 블러, 위장, 저해상도 등 보안시설 노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세 가지 기술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할 뜻을 나타낸 반면, 구글은 여전히 블러 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애플은 반출된 지도 데이터의 활용을 위해 SK의 ‘티맵(TMAP)’을 사용할 것이라 명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이미 정부 기준에 맞춰 보안시설을 가리고 저해상도로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국내법을 존중하며 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는 구글보다 유리한 심사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정밀 지도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부의 결론은 단순한 기업 편의성 논리를 넘어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애플의 이번 신청에 대해 오는 9월까지 허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답해야 하며, 그 전에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심사에 대해 먼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구글의 경우 이미 심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으며, 오는 8월 11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처럼 연달아 들어오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요구는 정부의 판단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지도 데이터의 국외 이전이 허용될 경우 보안, 산업 경쟁력, 통상 마찰 등 다양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술적 반출 승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글로벌 기술 패권 속에서 한국이 취할 전략적 선택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애플의 유연한 태도와 국내법 수용은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정밀 지도 데이터가 군사 및 보안 이슈와 맞닿아 있는 만큼 정부는 안보 우선 원칙을 토대로 신중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