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파생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전격 부과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한국 가전업계가 북미 수출 전략 재편에 나섰다. 해당 관세는 6월 23일부터 즉시 발효되며, 한국·멕시코·베트남 생산분의 미국 수출 대부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양사는 미국 내 생산 확대 또는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정부도 긴급회의를 통해 공동 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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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가전제품용 철강 파생제품에 대해 50%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가전업계가 북미 시장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 상무부가 연방 관보를 통해 발표한 이번 조치는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주요 생활가전 대부분에 적용되며, 6월 23일부터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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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북미 'KBIS 2025'서 비스포크 가전 라인업 선봬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과 LG는 미국 테네시주 등 일부 제품군에 대해 현지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상당수 물량은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수출되고 있어 관세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KB증권은 관세 대상 가전제품의 2024년 대미 수출 총액을 약 38억4천만달러로 추정했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LG 21.2%, 삼성 20.8%로 총 42%에 달하는 만큼, 이번 조치가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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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테네시 공장 둘러보는 구광모 회장 [㈜L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실적 발표에서 가격 인상과 생산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는 미국 내 테네시 공장 가동 확대를 통해 세탁기와 건조기 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거점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미국 현지 생산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관세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세이프가드 조치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바 있어 이번에도 유사한 전략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하며, 정부 차원의 관세 협상도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LG와 협력사들이 참여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가전업계 공동 대응 TF'를 구성했다. TF는 현황 분석, 영향 점검, 지원책 마련을 동시에 수행하며, 중소·중견 협력사에 대한 보호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강화가 한국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충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공조하여 생산 전략 전환과 외교적 협상을 병행해야 하는 전방위 대응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