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가운데, 금통위원 의견이 정확히 둘로 나뉘며 시장에 새로운 혼선을 던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동결과 추가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혀 단기 방향성을 특정하지 않았다. 금리, 환율, 물가를 둘러싼 압력이 모두 높아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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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본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금통위 내부에서는 6명의 위원이 3대3으로 갈렸다.
절반은 “환율 변동과 물가 우려로 동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절반은 “성장 불확실성과 미국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인하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까지 4명이던 인하 의견은 3명으로 줄어 ‘동결파와 정확히 동수’가 됐다.

특히 신성환 금통위원은 이번에도 홀로 기준금리를 2.25%로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8월, 10월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인하 기조’라는 표현을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라는 문구를 ‘추가 인하 여부’로 바꾸며 시장에서는 “매파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해석은 시장의 판단”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까지 오른 데 대해 “변동성보다 한 방향으로 쏠린 현상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이 금융위기 국면은 아니지만, 고환율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최근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을 ‘개인 해외주식 투자 급증’으로 지목했다.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라 젊은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내국인의 쏠림이 완화되면 환율은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안정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부정적 시각에 대해선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연금 지급 과정에서의 자산 이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국민연금 간 6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와프 연장 가능성에 대해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통화량(M2) 증가가 자산·환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해석에는 “새로 풀린 유동성은 크지 않다”며 “과거 유동성이 M2로 이동한 구성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이번 결정은 금리·환율·물가가 모두 불확실한 ‘3중 압박 국면’을 반영한다. 금통위 내부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 것은 그만큼 향후 흐름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단기적인 ‘인하 종료’ 해석은 무리지만, ‘동결 고착’이라고 보기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결국 한국 경제의 다음 금리 방향은 환율 안정 여부와 미국 통화정책 변화, 그리고 물가 흐름이 결합된 결과로 결정될 전망이다. 시장은 다시 한 번 한국은행의 한 달 뒤, 세 달 뒤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