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으로 신용부도스와프(CDS)가 급등하며 신용 위험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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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라클 사옥 (사진=연합뉴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최근 오라클 5년 만기 CDS 스프레드는 연 1.11%포인트까지 뛰었다. 몇 달 새 약 3배 수준으로 오른 수치다. 이는 채권 1천만달러당 매년 11만1천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CDS는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금융 상품이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대규모 AI 투자 지출과 복잡한 거래 구조,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보다 낮은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오라클 CDS를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바클레이즈는 최근 7주 동안의 오라클 CDS 거래량이 약 5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억달러와 비교하면 폭증한 셈이다.

오라클이 당장 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신용평가사의 공통된 판단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신뢰도가 흔들리면 CDS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오라클 주가 역시 지난 9월 10일 고점 대비 약 36% 하락했다. AI 거품 논란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오픈AI,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향후 5년간 약 5천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약 20개 은행이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건설에 180억달러의 자금을 제공한다.

오라클은 이와 별도로 지난 9월에도 1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당시 연중 최대 규모였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선두 클라우드 기업을 뒤쫓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프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오라클의 금융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AI 성장 기대가 흔들릴 경우 신용시장에서 위험 신호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 업황이 둔화되면 CDS와 채권 비용 상승이 다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오라클이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부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지, 그리고 AI 사업이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될지에 따라 신용 위험 지표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