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4일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를 두고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를 위령하는 중심 시설”이라며 “이를 외교문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다카이치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국제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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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진행 중인 미일 관세 협상에 대해 “합의를 뒤집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그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국익을 해치는 불평등 요소가 드러나면 재협상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투자위원회와 일본 양측이 협의할 구조가 마련돼 있다”며 “운용상 국익을 저해하는 경우 이 협의 틀에서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현재 미국과 5천500억 달러(약 77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체결한 상태다.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의 금리정책에 이견을 드러냈다. 다카이치는 “물가가 2년 연속 상승했다면 이미 인플레이션이라고 본다”며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행과 긴밀히 소통하며 보조를 맞춰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한 뒤 다섯 차례 연속 동결 중이다.
다카이치는 또한 “고물가로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적극적 재정정책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투자를 하면 수요가 늘고 세수가 증가한다”며 “세수가 늘어나는 현명한 투자가 나의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일미동맹 강화를 확실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며, 일미한 협력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일 양자 관계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깝고, ‘강한 일본’을 표방해 온 인물이다. 향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와 한일관계 복원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외교적 파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