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29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일(31일)보다 이틀 앞선 일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본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만 소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X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8.26 [공동취재] xyz@yna.co.kr

정부와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부터 28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29일 일본을 방문하고, 이어 29일 한국에 입국하는 일정을 검토 중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27~29일 방일을 조율 중이며, 28일 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일정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루트는 ‘말레이시아 → 일본 → 한국’ 순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 본회의까지 체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교 소식통은 “29일 하루만 머무르고 당일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미국 측과 긴밀히 조율 중”이라며 “세부 일정을 확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한국에 도착해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곧바로 출국하는 ‘당일치기 방한’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미중 정상회담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이달 말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열린다”며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의 교착을 풀 중대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케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이번 기회에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체류 일정상 회담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한미 정상 간 현안으로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 대북 억지력 강화, 그리고 미중 무역 질서 재편 등이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본행사에는 불참하더라도 한미, 미중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함으로써 ‘트럼프 외교’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EC 정상회의의 핵심 무대가 경주라는 점에서, 그의 짧은 방문이지만 외교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29일 방한에 나설 경우, 한미 관계뿐 아니라 미중 간 외교전, 그리고 북한 변수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