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제시한 돈바스 전역 철군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그는 돈바스에서 철수할 경우 러시아가 추가 공세의 교두보를 얻게 된다며 영토 양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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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 기자회견에서 “오늘 돈바스를 내주면 자포리자, 드니프로, 하르키우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이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이 남부 침공의 발판이 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도네츠크주의 약 30%, 9천㎢를 통제하고 있으며 방어선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먼저 휴전에 합의한 뒤 영토 문제를 논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 등으로부터 러시아 요구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은 우리가 떠나길 원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바라는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했다. 그는 “미국 영토에서 푸틴과 회담하는 것 자체가 푸틴의 개인적 승리이자 고립 탈출”이라며 “이번 회담으로 푸틴은 제재 연기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8일까지 휴전하지 않으면 제재하겠다고 경고했으나, 회담 발표 이후 제재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황 분석가들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급속히 전진했다.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인근 도브로필리아까지 진입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0㎞ 이상 깊숙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장만 한 채 장비 없이 진격한 러시아 부대를 포로로 잡거나 제거하고 있으며, 남은 병력도 섬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푸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가 평화 협정의 일부로 논의될 가능성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회담 결과가 전쟁의 향방과 동부 전선의 전황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