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의 갤러리 글라이스 피어(Gleis 4)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주황색 죄수복 차림으로 십자가에 매단 작품 ‘성인 또는 죄인’의 전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다리가 묶인 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개관 기념으로 바젤역 전시 공간에 걸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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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매단 트럼프 [Gleis 4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기독교 모독”이라는 강한 반발과 “문화도시 바젤에 맞는 사회적 논쟁”이라는 옹호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갤러리 측은 “예상보다 많은 관심과 인파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 우려가 커졌다”며 전시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전시 취소 전날인 지난 7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39% 상호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시 취소가 관세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으나, 갤러리 관계자인 멜라니 브레즈니크는 “그런 이유로 전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갤러리로서 모욕적인 일”이라며 관세 연관설을 부인했다.

해당 작품의 작가는 복면을 쓰고 ‘제이슨 스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영국 출신 예술가다. 그는 사회 비판과 예술사를 도발적으로 다루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세계적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위임된 의회’를 자신이 그렸다고 암시해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정확한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스톰이 뱅크시의 조수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갤러리 측은 이번 결정으로 작품을 바젤역이 아닌 다른 전시 공간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향후 전시 여부와 공개 시점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