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여성 사제 김기리 신부의 딸 고연수씨(20)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돼 루이지애나주 이민자 수용소로 이송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고씨는 종교비자 동반가족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었으며, 현재 보석이나 면회가 불가능한 상태로 구금돼 있다.
고씨는 2021년 어머니인 김기리 신부의 R-1 종교비자에 따라 동반가족비자(R-2)로 미국에 입국했다.
고씨는 2021년 어머니인 김기리 신부의 R-1 종교비자에 따라 동반가족비자(R-2)로 미국에 입국했다. 현재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기리 신부는 대한성공회 최초의 여성 사제로, 현재 미국 뉴저지 교구에서 사역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김 신부가 뉴욕 교구에서 뉴저지 교구로 옮기며 기존의 R-1 비자가 철회됐다는 이민 당국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동반가족비자 역시 종료되었다는 해석이 내려졌고, 고씨는 신분 종료 통보를 받은 뒤 법원에 소명하러 갔다가 ICE 요원에게 체포됐다. 이후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 구금됐던 고씨는 차로 21시간 거리인 루이지애나주의 이민자 수용소로 이송됐다.
김 신부 측은 고씨가 2023년 5월 15일 신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6월 7일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에 올해 12월 12일까지는 합법적 체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이민 당국의 법 해석 오류로 인해 딸이 불법 체류자로 잘못 분류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지 이민자 단체와 성공회 뉴욕교구는 ICE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뉴욕 맨해튼 ICE청사 앞에서 고씨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강화된 이민 단속 정책이 적법 체류자들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공회 매튜 헤이드 주교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이민자 단속이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고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이민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수용소의 시설 상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으며, ICE 청사보다도 열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고씨의 구체적 수용 위치와 안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뉴욕총영사관이 조력을 진행 중이다.
앞서 유사한 사례로 지난달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억류된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 김태흥씨(40)가 애리조나와 텍사스의 수용시설을 전전하며 추방 절차를 밟고 있는 사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김씨는 5세 때 미국에 입국해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과학자로, 라임병 연구에 종사해 왔다.
이민 당국이 수감자의 수용소를 잇달아 옮기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민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수용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수감자를 무작위로 이동시키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내 한인사회와 종교계, 이민자 권익단체는 이번 사건을 ‘불법 억류’ 사례로 규정하고 고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이민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