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를 장식하던 전임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로 옮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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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입구를 장식해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백악관 주요 출입구에서 대통령 사저 입구 근처 계단 중간으로 재배치했다. 이곳은 대통령 가족과 경호 인력, 일부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구역으로, 일반 관광객과 행사 참석자들의 시야에서는 사실상 사라진다.
백악관에서는 역대 대통령 초상화를 입구나 주요 홀에 걸어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 조치로 관행이 깨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목한 정치적 정적들에 대한 모독 행위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부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초상화도 같은 장소로 옮기도록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으며, 부시 부자는 각각 자서전과 발언을 통해 ‘허풍쟁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업자와 방송인 시절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최근에도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정보를 생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팸 본디 법무장관이 수사 지시를 내린 상태다.
이번 초상화 이동 조치로 인해, 백악관 내부의 정치적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는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상징적 예우가 정치적 대립 속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