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전보장 없는 영토 양보 불가’ 원칙을 확정했다. 이 원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반영하길 바라는 요구안 형태로 미국 측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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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젤렌스키(왼쪽부터) [로이터·AP·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영국, 독일, 프랑스 당국자들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를 통해 전해진 푸틴 대통령의 최근 제안에 대한 역제안을 마련해 미국에 설명했다. 제안에는 어떤 후속 조치보다 먼저 휴전이 이뤄져야 하며, 영토는 반드시 ‘상호적’으로 교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담겼다.

즉, 우크라이나가 특정 지역에서 철수하면 러시아도 다른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내줄 경우, 나토(NATO) 가입을 포함한 강력한 안전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일부를 넘기는 대가로 휴전하자는 러시아 측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이 원칙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참석한 영국 회의에서 공유됐다. 구체적인 협상 세부안이라기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공동 레드라인’을 정리한 성격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 이어 2022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와 동부 4개 주(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라고 요구해 왔다. 다만 지난 6일 모스크바에서 위트코프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는 우크라이나 비무장화나 정권교체 요구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 원칙은 향후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레드라인’이 협상 테이블에서 관철될 경우,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 절충안 도출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