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잇따라 고객사로 확보하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을 공동 개발 중이라는 발표와 함께, 삼성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이 아이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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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6 시리즈 [연합뉴스 자료사진]
애플은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오스틴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을 삼성과 협력하고 있다”며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한 칩을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해당 기술을 이미지센서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카메라 기능의 한계를 넘는 3단 적층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센서로, 삼성의 ‘아이소셀’ 브랜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미지센서 시장은 소니가 51.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5.4%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애플이 삼성의 센서를 탑재할 경우, 시장 지형도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연간 2억 대 이상의 아이폰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것은 파급력이 매우 크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수년간 부진했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에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삼성은 2023년 말 파운드리 사업부 내 이미지센서 생산 기능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통합하며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이번 애플 협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약 23조원(165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도 성사시켰다. 이어 애플과의 기술 협력 공식화로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에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증권가에선 2025년 2분기에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손실이 약 2조원 후반대로 추정되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2나노 기반의 ‘엑시노스 2600’ 양산, 이미지센서 공급 확대 등으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CMOS 기반 이미지센서 시장은 2023년 208억달러에서 2029년 265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술력과 대규모 공급망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가 소니와의 격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직접적인 글로벌 행보가 자리한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DC 출장길에 올라 관세 협상과 함께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과 연쇄 미팅을 진행했다. 업계는 이 회장이 선 밸리 콘퍼런스 등 글로벌 CEO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번 수주를 성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13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애플, 테슬라 수주 성과는 그 비전이 본격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협업이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HBM3E·HBM4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현재까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으나, 글로벌 파운드리 기술력과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샤오미, 비보, 모토로라 등에도 이미지센서를 공급 중이며, 업계 유일 2억 화소 센서를 보유한 기업이다. 여기에 애플이라는 ‘최상위 고객’ 확보는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 반도체가 다시 한번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