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예고한 고강도 경제 제재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 인도는 별다른 대응 없이 각자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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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로 예정된 미국의 제재 발동 시점이 가까워진 가운데,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 수입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원유 수입을 유지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목표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 동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해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최근 전선에서 점령지를 확대하며 성과를 내고 있으며, 러시아 군 수뇌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최전선 방어선이 2~3개월 내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 내부 인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금 전쟁을 멈출 명분이 없으며, 추가 제재 역시 러시아 경제에 ‘불쾌하고 고통스럽지만 재앙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경고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원유 수입국에 대해 10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며, 인도도 대규모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러시아산 원유의 38%를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은 47%에 달한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미국의 관세 예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연설을 통해 ‘경제 자립’을 강조하며 반발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인도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한국·일본·EU에 적용되는 15%보다 높은 수준이며, 동남아 주요국보다도 높다. 이에 따라 인도 내에서는 반미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는 “모디 총리는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동등한 외교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있다”고 전하며, 인도 정부가 외신 대상 브리핑에서 “러시아 원유를 수입할 권리”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0.2%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5~40%까지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제재 경고에도 인도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중국의 입장도 단호하다. 캐나다 BCA 리서치의 지정학 전략가 매트 거튼은 “중국은 석유와 같은 전략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은 1억850만t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원유 수입의 19.6%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은 8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인도의 반응은 냉담하다. 미국의 제재가 국제 정세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제재의 효과는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외교 및 경제 전략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과 인도, 중국 간의 긴장 관계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에너지 시장의 재편과 지정학적 갈등이 동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