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단거리 미사일(INF 조약 대상)의 배치 유예를 공식 철회하고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미사일 배치가 지속되고 있다며 더 이상 일방적인 유예는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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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크렘린궁과 외무부 청사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더 이상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유예 조치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이제 전략적 균형 유지를 위한 군사·기술적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INF 조약에서 금지된 무기를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특히 덴마크, 필리핀, 호주 등에서 미국산 중·단거리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실전 배치된 사례를 언급하며, 자국의 유예 조치가 “보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응 조치는 미국 및 서방국가의 배치 규모와 국제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은 미국과 옛 소련이 1987년 체결한 협정으로, 사거리 500~5,500km에 해당하는 지상발사형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인 2019년, 미국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INF 탈퇴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조약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
미국은 이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확대해 왔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수차례 “동등한 수준의 군사적 대응”을 경고해왔으며, 이번 성명은 이러한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INF 조약에 따라 개발이 제한된 무기의 실전배치를 자제해왔지만, 미국의 확장 배치가 지속됨에 따라 이를 더는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러시아가 자국 영토 또는 해외 거점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실제로 배치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러 간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응과 국제사회의 반응이 향후 군사안보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