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남부 해안 도시 이카(Ica)에 거대한 모래폭풍이 들이닥쳐 도심 전체가 흙먼지에 휩싸였다. 강풍 피해가 잇따르면서 페루 정부는 비상경계령을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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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이카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 [소셜미디어(사용자 Benjaminavg) 캡처. 이카=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1일(현지시간) 페루 기상청(SENAMHI)에 따르면 이 모래폭풍은 남부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강한 하강기류와 시속 50km에 달하는 해안 바람이 맞물리며 형성됐다. 폭풍은 리마 남쪽 약 400㎞ 지점에 있는 도시 이카를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해안을 따라 먼지 띠가 형성되며 주요 도로와 시가지까지 빠르게 퍼졌다.
이카 일대에서는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공사 현장 가림막과 안전 시설물도 강풍에 쓰러졌으며, 주요 고속도로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4시간 넘게 차량 운행이 통제되었다.
주민들이 직접 찍은 영상과 사진에는 밝은 대낮 하늘 아래 도시 전체가 회색 먼지 구름에 휩싸인 모습이 담겼다. 소셜미디어에선 “대낮인데 밤처럼 어두웠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페루 환경부는 “이례적인 대기 역학으로 인해 모래가 해안선을 따라 확산되었다”며 “모래폭풍은 사막 표면에서 모래 입자를 들어올린 뒤 해안의 수평풍을 따라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당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해안 일대에 강풍 주의보를 발효했고, 이 주의보는 주말 내내 지속될 예정이다. 당국은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차량 이동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피해 상황을 지방정부 단위로 신속히 집계하고 있다며 “모든 주민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행동해 달라”고 발표했다.
페루는 최근 극심한 엘니뇨 현상과 이상기후 영향으로 극단적인 날씨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이번 모래폭풍도 예년보다 높은 대기 온도와 비정상적인 바람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주말까지 긴급 피해 복구와 대기 정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