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5년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시장 1위 탈환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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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실적 부진의 핵심 요인은 약 1조원 규모의 재고평가 충당금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적자 누적, 낸드 플래시 시장의 침체로 꼽힌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2% 감소한 가운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수익성 저하는 더욱 도드라진다.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74조5천663억원, 영업이익은 4조6천761억원으로 집계됐다. DS부문은 매출 27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4천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충당금은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전 제품군에 대한 조치로 해석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9조2천1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메모리 부문만 비교하면 삼성전자보다 약 3배 가까운 실적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2분기에도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SK하이닉스에 3분기 연속 실적 추월을 허용한 셈이다.

파운드리 부문은 첨단 AI칩 제재에 따른 재고 부담과 성숙 공정 가동률 하락이 겹쳐 실적 개선이 어려웠다. 시장에서는 HBM 수요와 파운드리 회복이 없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반등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에는 메모리 중심의 실적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목표로 HBM3E 퀄 통과를 추진 중이며, HBM4(6세대) 제품 양산도 예고했다. 파운드리에서는 첨단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상용화와 레거시(성숙) 공정 강화로 가동률 회복에 나선다.

엑시노스 AP도 2026년 플래그십 진입을 목표로 한 경쟁력 강화가 추진된다. 하반기 양산 예정인 ‘엑시노스 2600’은 내년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테슬라와 체결한 약 22조8천억원 규모의 AI칩 위탁 생산 계약이 파운드리 실적 반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AI6’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점진적인 반등세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 수익성 회복과 HBM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가 실제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