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에 접근할 단서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용한 비화폰(암호통신 전용 휴대전화)의 통신기록이 특검 수사망에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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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7.9 [공동취재] 2025.6.3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주요 인사들의 비화폰 압수수색영장을 지난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정원장,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등 핵심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군 지휘통신사령부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이들이 일반 휴대전화 외에도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으로 연락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특히 2023년 7~8월, VIP 격노가 있었던 회의 전후 시기의 통신 내역을 집중 분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비화폰 사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도 비화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인에게 지급된 기기를 사용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로써 김 여사 역시 채상병 사건과 관련된 주요 수사 대상 중 한 명으로 부각됐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임 전 사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일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그러나 당시 민감한 내용은 비화폰을 통해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특검은 통신기록 확보에 다시 착수한 것이다.

경호처는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제시에 따라 자료 일부를 임의 제출한 상태이며, 이번 주 안으로 모든 기록이 특검에 넘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본격적인 분석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검은 채 상병의 사망 사건을 두고 2023년 7월 31일 VIP 격노 회의 이후 수사 책임자였던 임 전 사단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대상에서 제외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하는 외압 및 구명 로비 의혹이 연이어 제기돼 왔다.

초기에는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해 구명로비가 시도됐다는 의혹이 주목받았지만, 이후 개신교계 및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 육사 출신 인맥 등을 통해도 다양한 구명 시도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

특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 함께, 기독교계의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등을 포함해 교계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구명로비에 연루된 인물로 지목돼 왔다.

비화폰 기록은 단순한 ‘연락 사실’뿐 아니라, 로비 주체와 수사외압 지시 가능성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특히 수사외압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는지, 혹은 김건희 여사의 주도 하에 복수의 인맥을 통한 ‘다중 로비’가 작동했는지 규명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비화폰 통신기록 확보 및 분석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특검이 그간의 의혹을 실체적 사실로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은 물론 군과 종교계, 사정기관까지 얽힌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