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과 관련해, 해당 조치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막았던 하급심 결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28개 주에서는 출생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정책이 곧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이민자 사회, 특히 한인 사회에 큰 충격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AI생성 이미지=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과 관련해, 해당 조치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막았던 하급심 결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6월 27일,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의 찬성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반대로 해당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출생시민권의 헌법적 타당성 자체를 판단한 것은 아니며,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주들까지 하급심의 효력정지 결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절차적 쟁점에 집중됐다. 그 결과, 현재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28개 주에서는 1개월 유예 후 행정명령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행정명령은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영주권을 보유하지 않은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도 출생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 중 한 명이 학생비자, 취업비자, 주재원비자 등 합법 체류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자녀는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명시된 시민권 부여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주지사들이 이끄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 22개 주와 워싱턴 DC는 해당 행정명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일부 하급심 법원은 행정명령의 전국적 효력을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해당 효력은 소송을 제기한 주에 한정되며, 그렇지 않은 주들은 행정명령 시행에 돌입하게 된다.

이 같은 결정은 이민자 사회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녀 출산을 앞둔 한인 가정들은 심각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취업비자로 체류 중인 한인은 “시민권 없이 아이를 키우면 교육, 의료, 체류 모든 면에서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LA에서 영주권자인 남편과 살고 있는 또 다른 한인은 “현재는 우리 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언제 또 바뀔지 몰라 출산 계획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인 이민법 변호사들은 해당 조치가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최종적으로 무효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성환 변호사는 “대통령이 헌법상의 권리를 행정명령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추가 소송을 통해 조치의 전면 철회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거대한 승리”라고 자평하며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또 어떤 제한 조치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자녀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을까 봐 두렵다”, “출산 시기를 미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반이민 정책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될 수 있으나, 헌법상 권리와 충돌하는 만큼 법적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일부 주에서만 시행된다고 해도, 이민자 사회 전반에는 심각한 불안과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이 낳을 실질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책 불확실성과 시민권 박탈 가능성이라는 그림자가 이민자 사회를 짓누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