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 통과 시 서명하겠다고 밝히고 관세 배당금·월드컵 비자 우선권 등 굵직한 정책 신호를 동시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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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자신과 엡스타인 사건의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그의 친구들은 전부 민주당 사람들이었다. 그건 민주당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문건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사기극”으로 비판해 왔지만, 전날 공화당 의원들에게 공개 찬성표를 던지라고 요구하며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공화당 내 이탈표가 예상돼 법안 통과가 기정사실화되자, 사실상 저항 여지가 줄어든 데 따른 변화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냈다. 그는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거둬들인 관세 수입을 내년 중반 또는 그 이후 조금 지연된 시점에 1인당 2천달러씩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고소득층은 제외된다. 이어 “관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큰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도 강경한 기조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100%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만과 한국으로 갔다”며 “우리는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고 있고, 곧 반도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월드컵 준비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티켓 소지 외국인에게 비자 인터뷰 우선권을 주는 ‘FIFA 우선 예약 시스템’도 도입한다고 말했다. 비자 대기 시간이 긴 신청자부터 인터뷰 신청을 우선할 수 있도록 하되, 심사 기준 자체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내년 6∼7월에 열릴 월드컵 본선을 위해 16개 도시에서 대회를 치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쉰 목소리를 보여 건강 이상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주 괜찮다”며 무역 관련 문제로 일부 국가에 강하게 항의하느라 목소리가 잠겼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국가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정치적 민감 사안인 엡스타인 파일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관세 배당금·반도체 산업 육성·월드컵 비자 프로그램 등 경제·외교 의제를 한꺼번에 묶어 지지층과 중도층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법안 통과 여부, 관세 배당금 예산 구조, 비자 우선권 제도 운영 방식 등은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의회와 행정부 논의가 주목된다.

자료: Politico, Business Insider, Reuters,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