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상징 도시 뉴욕(New York)에서 34세 무슬림 출신 사회주의자 조람 맘다니(Joram Mamdani)가 시장으로 당선되며 미국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같은 날 치러진 뉴저지(New Jersey)와 버지니아(Virginia)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모두 승리하면서 공화당은 “조기 경보가 울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맘다니의 등장이 민주당의 미래를 밝힐 희망인지, 혹은 새로운 부담이 될지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미지=라임저널) 자본주의 심장 뉴욕, 사회주의자 시장 등장…민주당엔 약일까 독일까

조람 맘다니는 1991년 우간다(Uganda) 캄팔라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브롱스고등과학고(The Bronx High School of Science)를 졸업하고 메인주의 보우도인대학(Bowdoin College)에서 아프리카학(Africana Studies) 학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는 주택압류 방지를 돕는 상담가로 일하면서 서민 주거권 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2021년 뉴욕주 하원의원(New York State Assembly)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명확했다. 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와 반인종주의, 서민 중심 복지 확대였다.

맘다니는 이번 시장 선거에서 ‘생활비 절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대료 동결, 무료 대중교통, 보편적 보육, 공공식료품점 설립 등을 약속하며 “뉴욕을 일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살 만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그의 선거운동은 젊은층과 저소득층의 강한 지지를 받으며 진보 정치의 새 물결을 상징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잃어버린 결집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지니아에서는 애비게일 스펜버거(Abigail Spanberger), 뉴저지에서는 미키 릴리(Mikie Lillie)가 생활비 절감과 의료비 완화 등의 서민 공약으로 큰 격차로 승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후보들은 고전했다. 공화당 전략가 마이클 누헤임(Michael Newhaim)은 “이번 결과는 우리 당에 불길한 조기 경보가 울린 것”이라며 “내년 중간선거에 앞서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맘다니의 급진적 행보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그는 과거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뉴욕을 방문하면 체포하겠다”고 발언했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세금으로 가자지구에서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 발언은 민주당 내 유대계 의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뉴욕 동부 지역의 로라 길렌(Laura Gillen) 하원의원은 “맘다니는 반유대주의적 태도를 보이며 뉴욕을 이끌기엔 너무 극단적이다”고 공개 비판했다.

진보진영은 그를 새로운 희망으로, 중도진영은 민주당의 ‘위험요소’로 본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는 “맘다니는 민주당이 다시 대중과 연결되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지만, 중도파 의원들은 “그의 정책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흐리고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정치 전략가 제레미 딜라만(Jeremy Dillaman)은 “맘다니는 뉴욕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그의 사회주의적 성향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공화당은 그를 새로운 공격 소재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스라엘 비판 발언을 반복하거나 과격한 복지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민주당 전체가 ‘급진좌파 정당’으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맘다니의 당선은 미국 정치의 세대 교체이자 민주당 내부 갈등의 촉매제다. 그의 시정이 성공한다면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와 이민자층을 중심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당 전체가 극단적 진보의 프레임에 갇혀 내년 중간선거뿐 아니라 2028년 대선까지도 불리해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맘다니는 민주당의 미래를 밝힐 수도, 그 무게로 인해 민주당을 침몰시킬 수도 있는 인물”이라며 “그의 뉴욕 시장 재임이 미국 정치 전반의 이념 균형을 시험하는 리트머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Time, The Guardian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