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팔레스타인계 민주당 의원 라시다 틀라입(Rashida Tlaib)이 ‘하마스 옹호 발언’ 논란 끝에 사실상 제재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텍사스주 공화당 의원 칩 로이(Chip Roy)가 그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테러리즘을 미화하는 발언은 의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캡처홈페이지)라시다 틀라입, ‘친하마스 발언’으로 의회서 제명 수준 견책…칩 로이 “테러 옹호 용납 못해”
의회 연설 도중 틀라입은 “나는 의회 안에서 어느 곳보다 팔레스타인인으로 느낀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인간이며 자유와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을 ‘저항(resistance)’이라 표현한 점이 논란의 핵심이 됐다.
칩 로이는 연설에서 “하마스는 아기들을 참수하고, 산 채로 구웠으며, 여성들을 강간했다. 이는 명백한 테러이자 인간의 탈을 쓴 악행”이라며 “그런 만행을 저항이라 부르는 것은 도덕적 붕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로운 발언은 존중해야 하지만, 미국 의회가 하마스의 잔혹행위를 정당화하는 무대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원은 결국 틀라입 의원에 대한 공식 견책(censure) 결의안을 가결했다. 찬성 234표, 반대 188표, 기권 4표로 통과된 이번 결의는 민주당 내 일부 의원도 찬성표를 던지며 주목을 받았다. ‘공식 견책’은 의회가 특정 의원의 부적절한 언행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징계로, 의원직을 박탈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위신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견책을 받은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의장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동안 ‘하우스 웰(well)’에 서야 하며, 이후 위원장직 박탈, 위원회 활동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틀라입 의원은 “내 발언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한 것일 뿐”이라며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그녀의 발언은 하마스의 폭력을 미화하는 정치 선동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틀라입이 퇴장당할 때 일부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야유를 보냈고, 사회자는 “하원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로이의 발언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 의회 내 표현의 자유와 도덕적 책임의 충돌”로 평가했다. 특히 민주당 내 급진파 ‘스쿼드(Squad)’와 중도파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견책으로 틀라입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미국 내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하원의원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반이스라엘 정서와 맞물린 논란으로 당내 고립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칩 로이는 “이번 조치는 반유대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미국이 테러리즘에 단호히 맞서는 국가임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의회 내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틀라입의 발언이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는 일부 지지를 받았지만, 하마스의 폭력행위를 정당화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자료: Fox News, CNN, The Hill, C-SPAN, YouTube (3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