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최하는 잭슨홀 회의가 21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이번 회의는 제롬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을 앞두고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과 엇갈린 경제 지표 속에서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제시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X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잭슨홀 회의는 매년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연준의 대표 행사로, 글로벌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무대다. 올해 주제는 ‘노동시장의 전환: 인구 구조, 생산성, 거시경제 정책’이다. 파월 의장은 오는 22일 ‘경제 전망 및 정책 프레임워크 검토’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4.25~4.50%)를 대폭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파월 의장을 향해 ‘너무 늦은 자(Too Late)’라는 별명과 함께 “멍청이”, “고집 센 노새”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연준 청사를 직접 방문하고, 후임자 지명을 서두르는 등 전례 없는 압박에 나서고 있다. 연준 이사진을 ‘충성파’ 인사로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 이유는 주요 경제 지표가 상반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은 둔화했지만 물가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미국의 7월 고용 창출은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이전 수치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반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9% 상승했고, 서비스 가격은 1.1% 올랐다. 이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과, 물가 불안을 억제해야 하는 통화 긴축 논리가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은 실물 경제 때문이 아니라 헤지펀드 수수료 등 시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가 우려를 과도하게 볼 필요가 없으니 금리를 내려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 전반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상존한다.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관세 전쟁이다. 중국,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갈등은 미국 경제에 복합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으로 정부 부채를 줄이고 금리 인하로 국채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지만, 관세 인상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하 여력을 오히려 제한할 수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위원들은 관세의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일부는 “명확한 판단을 기다리기엔 비현실적”이라고 맞섰다. 이는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신호를 줄지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결국 세계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이 정치적 압박을 버티면서 독립적 통화정책을 고수할지, 아니면 경기 둔화 우려에 밀려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글로벌 금리, 환율, 증시에 즉각적인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원하는 방향이 금리 인하인지 여부를 떠나, 이번 잭슨홀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구상과 연준의 독립성이 정면 충돌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파월의 한 마디가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