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발 악재까지 겹치며 코스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거품론 확산으로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자 외국인 매도세가 한국 증시에 전이되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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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외국인 '셀코리아'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1% 내린 3,150선에 마감했다. 이는 18일 1.50% 급락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외국인은 4,540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셀코리아’ 행진을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도 1,390원을 돌파하며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더욱 높였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원전 관련 종목이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보합세에 그쳤다. 원전 관련주 역시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수주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동반 하락했다.

해외 증시는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은 1.46% 급락했고 S&P500지수도 0.59% 내렸다. 다우지수는 0.02% 상승에 그쳤다.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용 AI 칩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며 3.5%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8% 떨어졌다.

투자심리 위축의 핵심은 AI 산업 거품론이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AI 산업에 거품이 낄 수 있다”고 발언하며 불안감이 확산됐다. 여기에 중국이 외국산 반도체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보조금 지급 시 지분 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위축시켰다.

이 같은 상황은 2000년대 초 IT 버블을 연상케 한다. 닷컴버블 당시 과열된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이미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어 단순한 거품 붕괴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외 증시는 이번 주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한국시간 21일 새벽 공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금리 인하 논의의 구체적 근거와 위원들 간 의견 차이가 드러날 전망이다. 이어 22일 미국 와이오밍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 정부의 대출우대금리(LPR) 결정도 중요 변수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 여부와 폭이 글로벌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둘러싼 세제 개편 논란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기술주 약세와 매크로 불확실성에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며 “이번 주는 글로벌 정책 이벤트가 집중돼 있어 일중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첫째, FOMC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보다 명확히 드러나고 파월 의장이 완화적 신호를 준다면 단기 반등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유동성 기대가 높아지면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수 있다. 둘째,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조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면 코스피는 3,100선 재차 하락을 시도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의 금리 동결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친다면 추가 하락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는 외국인 매도, 원화 약세, AI 거품 논란, 그리고 글로벌 정책 이벤트라는 복합 변수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단기 반등 신호가 나타나더라도 장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