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가상화폐를 태국 밧화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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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태국 방콕의 유명 관광지인 왓 프라깨우(에메랄드 사원)를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들. 2025.08.19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피차이 춘하와치라 태국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오는 4분기부터 18개월간 '투어리스트디지페이(TouristDigipay)'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은 태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현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밧화로 환전할 수 있다.

환전된 금액은 온라인 지갑 앱에 충전돼 전국 식당과 상점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태국 정부는 이번 제도가 가상화폐 직접 결제가 아니라, 단순히 환전을 통해 밧화 사용을 편리하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피차이 부총리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대신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환전 한도는 최대 55만 밧(약 2천350만원)으로 제한된다. 또한 가맹점별 사용 한도는 대형 매장은 1인당 50만 밧(약 2천140만원), 소형 매장은 5만 밧(약 214만원)으로 각각 설정된다.

태국 정부는 매년 약 3천5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지출이 약 1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총 1천750억 밧(약 7조4천800억원)의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태국 관광산업은 최근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약 33% 줄어든 가운데, 1~8월 10일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천2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했다.

이에 따라 태국 당국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입 전망치를 기존 3천700만명에서 3천300만명으로 낮췄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3천990만명보다 여전히 17% 적은 수치다.

이번 조치가 태국 관광산업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