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오는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7주 만에 평화협상을 재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에 ‘50일 휴전 시한’을 제시하며 관세 압박에 나선 직후 나온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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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밤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 측과의 협상이 23일 예정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와 회담 준비 사항을 논의했으며, 구체적 내용은 22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 RIA 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일정을 보도했다. 이로써 양측은 지난 6월 초 이후 두 달 가까운 교전 상태를 거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를 향해 휴전을 압박한 지 일주일 만에 성사된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며, "50일 안에 휴전 합의가 없을 경우 러시아 및 교역국 전체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 진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양측이 각각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내용은 완전히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 교환은 있지만, 근본적 차이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협상의 조건으로 크림반도를 포함한 돈바스 4개 지역의 영구 양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자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포로 송환, 납치 아동 귀환, 그리고 정상회담 준비가 우리 측의 핵심 의제"라며, "실질적 휴전 논의는 정상회담 수준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에도 튀르키예를 직접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양측은 미국의 압박 이후 5월 16일, 6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회담을 가졌으나 전사자 유해 반환과 포로 교환 외에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향한 공습을 강화했고, 우크라이나도 반격에 나서며 전쟁은 다시 격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역시 본격적인 휴전보다는 외교 채널 복원 차원의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역 압박을 지렛대로 협상 동력을 만든 만큼, 다음 단계에서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