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생활이 의료비를 줄이는 데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소 잘 챙겨 먹는 사람일수록 병원비가 평균 9%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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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반찬 [연합뉴스TV 캡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천144명의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을 식생활의 질을 측정하는 ‘식생활평가지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후 성별, 연령, 소득, 만성질환 등 변수를 배제한 상태에서 의료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식생활평가지수는 식사의 질을 14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과일·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흰 쌀밥보다 현미밥을 먹으며, 붉은 고기보다는 흰 살 생선이나 가금류를 선호할수록 점수가 높다. 반면 나트륨, 주류, 탄산음료 섭취는 점수를 깎는다.

그 결과, 식생활평가지수가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전체 의료비가 평균 8.6% 적었고, 외래 진료비는 12.1%, 입원 진료비는 8% 덜 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젊은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나이 중앙값인 57세를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57세 미만 그룹은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할 경우 연간 의료비가 평균 11.5%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57세 이상 노년층은 영양 불균형이 누적되어 있거나 감염·낙상 등 급작스러운 건강 문제가 많아 식생활과 의료비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민선 교수는 “건강한 식습관은 단순한 예방 차원을 넘어, 실제 병원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특히 젊은층일수록 식습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식생활 개선은 비용 절감과 건강 유지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실렸다.

건강한 식습관이 단순한 ‘좋은 습관’을 넘어 의료비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로 입증됐다. 특히 가공식품, 외식, 불규칙한 식사가 만연한 젊은층에게는 더욱 주목할 만한 결과다. 정부나 의료계가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