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라’는 메시지가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며, 토마토가 새로운 세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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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속으로 풍덩 (경기 광주=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22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광동로 일원에서 열린 '제23회 퇴촌토마토 거리축제'에서 '황금 토마토를 찾아라' 이벤트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토마토 풀장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2025.7.11.

토마토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티셔츠, 키링, 스티커, 가방, 심지어 시집에 이르기까지 각종 콘텐츠의 중심 소재로 활용되며 MZ세대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SNS상에서는 토마토 관련 게시물과 굿즈 인증이 쏟아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오얼모얼이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라’는 속담을 활용한 게시물은 엑스(X)에서 142만 회, 인스타그램에서 4,600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 속담은 ‘겉만 붉고 속은 하얀 사과보다, 겉과 속이 모두 같은 토마토처럼 견실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청년층의 정서와 맞물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른바 ‘토마토 굿즈’도 크게 유행 중이다. 키링, 마우스패드, 스티커부터 그립톡, 거울, 핀, 의류까지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마플샵에는 ‘토마토’ 관련 굿즈가 무려 941개 등록돼 있으며, 일부 상품은 조기 품절 상태다.

문학계에서도 토마토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차정은 시인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은 MZ세대에게 사랑받으며 폰케이스, 티셔츠 등으로 확장 출시됐다. 이 시집은 자가출판 플랫폼 북크크를 통해 나왔으나, 20대 여성 중심의 인기에 힘입어 특별판으로 재출간됐다.

알라딘에 따르면 해당 시집 구매자의 38.8%가 20대 여성이며, 10대~20대 구매층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고선경 시인이 올해 1월 펴낸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으며, 토마토에 얽힌 개인적 기억과 감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젊은 층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식음료 업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여름 한정 음료로 토마토주스, 토마토바질청에이드를 출시했다. 3종 여름 음료 중 2종이 토마토 관련이라는 점은 이례적이다. 웅진식품은 지난 4월 ‘더 빅토리아 토마토 바질 소다’를 출시했고, 두 달 만에 70만 병이 판매됐다.

대학생 최지원(22) 씨는 “요즘 토마토 관련 굿즈나 상품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방울토마토부터 흑토마토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캐릭터화하기 쉬운 생김새 덕분에 유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마다 SNS에서 토마토 콘텐츠가 급증하는 것도 제철 과일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행을 ‘굿즈화 문화’와 ‘SNS 놀이’로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건강과 경험을 중시하며,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토마토는 건강을 상징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독특한 매력을 지녀 의류, 굿즈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토마토는 음식뿐 아니라 놀이와 패션, 콘텐츠의 소재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며 “겉과 속이 같은 진정성 있는 정체성, 건강한 이미지가 지금의 청년층 감성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마도가 되라’는 말처럼, 겉과 속이 같은 진정성과 건강한 이미지가 토마토를 오늘날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고 있다. 청년층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토마토는 단순한 제철 과일을 넘어, 하나의 세대 감수성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