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0일 미국 워싱턴DC로 급거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전 방미에 이어 두 번째 방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8월 1일 '관세 폭탄' 시행 시한을 불과 2주 앞두고 이뤄진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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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참석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7.15 hihong@yna.co.kr
대통령실은 위 실장의 방미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출국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위 실장은 이번에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특정 국가와 산업에 대해 산업별·국가별 이중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고위급 전면 외교전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위 실장은 6일부터 9일까지 방미하여 루비오 장관과 1차 회동을 진행했고, 이후 브리핑에서 "통상, 투자, 구매, 안보 등을 망라한 패키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루비오 장관도 당시 이에 공감을 표명했다.
이번 재방문은 한미 간 관세협상에 실질적인 물꼬를 트기 위한 '탑다운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위 실장이 협상판을 먼저 깔고, 뒤이어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후속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 장관은 다음 주 방미를 조율 중이며, 조 장관도 이달 말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일련의 방미 행보가 향후 한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을 가시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선 위 실장이 루비오 장관과의 두 번째 회동에서 일정 조율의 가능성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세는 단순 무역 문제가 아니라, 동맹 구조와 안보 협력까지 영향을 미치는 고차원 외교안보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경제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위급 협상팀이 미국 측과 충분한 이해와 신뢰를 구축할 경우, 전면적 관세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산업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방미 결과에 따라 향후 한미 관계와 한국 경제에 중대한 변곡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성락 실장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레이더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