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의 상품수출 의존도가 G20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분석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등 보호무역 기조에 한국경제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안정적인 외화 수입원 확보를 위해 상품수지가 아닌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즉 ‘소프트 머니’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처럼 한국도 해외자산 투자 및 콘텐츠 산업 기반의 서비스 수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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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경제의 수출 구조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G20 상품수출 의존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상품수출 의존도는 GDP 대비 37.6%로 G20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강국 독일(33.3%)은 물론이고 중국(17.9%)과 일본(17.0%)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30년 동안 한국의 상품수출 의존도는 16.5%p 상승해 멕시코 다음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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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상품수출 의존도 변화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구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과 같은 보호무역 조치에 한국 경제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취약성을 의미한다. 특히 대한상의는 상품수지는 관세정책의 주요 타깃이 되는 만큼, 이제는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강화로 외화 수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지난 1998~1999년을 제외하곤 줄곧 적자를 기록해왔다. 1995년 -13억9000만 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2023년에는 -268억2000만 달러까지 확대되며, 19배에 달하는 손실로 커졌다. 반면 본원소득수지는 해외 투자 확대에 따라 안정적 흑자 기조로 전환되긴 했으나, GDP 대비 4%에 불과해 일본(9.8%), 독일(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선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금융·유통산업 중심의 서비스 수출 강화로 지난해 상품수지 적자를 상쇄했고, 일본은 2006년부터 ‘수출 대국’에서 ‘투자 대국’으로 전략을 전환해 현재 G20 중 가장 큰 본원소득수지 흑자(2,591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돈’, 즉 소프트 머니 확보가 관세 리스크를 이겨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제품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은 머지않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K-푸드, K-컬처의 산업화 및 전략적 해외투자와 같은 다각적인 수단을 통해 본원소득 확대와 서비스 산업의 세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가 글로벌 교역 질서 재편 속에서 생존하려면, 상품수출의 의존도를 낮추고 비관세 기반의 수익원 창출 전략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