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4조 달러 세금 감면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제3정당 창당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 시스템상 제3정당은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고, 오히려 사업에 집중하는 편이 그의 영향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치판을 활용한 장기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4조 달러 세금 감면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제3정당 창당까지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는 천재적인 사업가로서 혁신의 아이콘이지만, 정치판에 발을 들일 때마다 그의 한계가 드러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4조 달러 규모의 감세 및 지출법안에 서명하자 머스크는 이 법안을 “미친 짓”이라며 비판했고, ‘미국당(America Party)’이라는 이름의 중도 신당 창당을 공언했다. 그는 이 법안이 미래 산업인 친환경 에너지를 무시하고, 낡은 화석연료 산업에 편중된 지원을 하며 미국 국가부채를 폭발적으로 늘린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두 머리 뱀” 같은 동일 세력으로 묘사하며, 국민 80%를 대변하는 중도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그의 이론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미국 정치 시스템이 제3정당의 성공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현행 ‘승자독식’ 방식의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 외의 정당이 전국적으로 득세하는 것을 가로막고, 주별로 엄격하게 제한된 후보 등록 요건은 벽을 더욱 높인다. 과거 로스 페로, 그린당, 자유당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결정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머스크가 참여했던 정부 효율성 위원회(DOGE)조차 반년 만에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다.
머스크 본인의 대중적 이미지도 제3정당 성공에 걸림돌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의 호감도는 37%에 불과하고, 비호감도는 55%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낮은 수치로, 정작 그의 정치 메시지는 수용되더라도 그 자신은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정치 영향력을 행사한 억만장자들의 사례를 보면, 그들은 모두 기존 정당의 틀 안에서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코크 형제는 공화당 내 보수 진영을 장악하며 막대한 정치 자금을 운용했고, 마이클 블룸버그조차 결국 민주당에 몸담아 대권 도전에 나섰다.
따라서 머스크가 정말 미국 정치를 바꾸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운영 중인 테슬라(TSLA),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 6개 이상의 기업에 집중해 신뢰와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정치적 연대와 전략을 바탕으로 기존 정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보다 실현 가능한 경로다. 현재 보유 중인 정치활동위원회(PAC) ‘America PAC’을 재정비하고, 테크노 자유주의자들과 함께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후, 선거 전략가와 현지 조직을 통해 ‘스마트 정치기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머스크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특정 지역구 후보를 집중 지원해 변화를 이끌겠다고 언급했는데, 이 방식은 오히려 그의 정무 감각을 실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머스크가 진심으로 미국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감정적 대응보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 무대에서 즉흥적 신당 창당보다, 사업적 성공과 기존 정치 생태계에 대한 정밀한 파고듦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 머스크가 해야 할 일은, 사업에 집중하고 정치엔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다. 그게 진짜 ‘혁신가’다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