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8일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장관과 고위급 협의에 나섰다. 위 실장은 안보와 통상 전반에 걸친 한미 관계 전반을 조율하겠다며 방위비 문제와 정상회담까지 다양한 현안도 함께 다룰 예정이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예외 없는 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중요한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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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도착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미국과 협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7.6

한미 관계가 통상·안보를 아우르는 중대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고위급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그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정부와의 협의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특히 그의 이번 방미는 단순한 의례적 방문이 아닌, 관세와 방위비, 정상회담 등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을 일괄 조정하는 전략적 외교 행보로 풀이된다.

대화 상대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통상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위 실장은 루비오와의 협의가 무역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본인이 직접 통상 협상에 나서지는 않지만 조정과 감독 역할을 해왔듯, 루비오 역시 트럼프에게 전달할 메시지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오는 8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진전이 없는 국가에 대해 고율의 관세율을 일방 통보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위 실장은 현재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으며, 한국 정부가 이에 대응해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 진단했다. 그는 "현재 각료들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정부 차원의 긴박함을 시사했다.

이번 방미 일정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여러 이슈가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관세 협상과 방위비가 상호 연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서로 얽혀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동맹의 무게를 관세 협상의 변수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선 "조속한 개최에 공감대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진 않았다"고 밝혀 향후 정례적 외교 채널 구축 가능성도 함께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통상 압박 속에서, 위성락 실장의 이번 방미는 단순 외교 절차를 넘어 동맹관계의 본질과 경제적 이해를 놓고 벌이는 고위급 전략 담판이다.

한국 정부가 과연 미국의 관세 통보 전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 실장의 표현처럼, 이제는 한국이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동맹이라는 명분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