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구치소 앞에 모여 있던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고, 장시간 판단을 기다리던 국힘 의원들은 즉각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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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기각 (의왕=연합뉴스)

추 전 원내대표는 오전 5시 18분께 검은 코트와 붉은 넥타이를 착용한 채 구치소 정문을 나섰다. 그는 9시간이 넘는 장시간 심사를 받은 탓에 얼굴이 수척해 보였지만, 마중 나온 송언석 원내대표와 포옹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공정한 판단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한다”고 말하며, “이재명 정권이 정치탄압을 멈추고 민생과 미래에 집중한다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105명 전원 명의로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날도 약 30여명이 구치소 인근을 지키며 대기했다. 당 지도부는 국회 본회의가 끝난 직후 자정을 넘겨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차 안에서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대표는 영장 기각 직후 눈시울을 붉히며 “계엄과 탄핵에 대한 내란몰이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구치소 주변에 무대를 설치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과 거친 문구가 담긴 깃발을 내거는 등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계엄 사과 금지” 등을 외치며 국힘 의원들을 격려했고, 반대편에서는 일부 단체가 “추경호 구속”을 외치며 맞섰다.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았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대형 버스 4대를 동원해 차벽을 구축했다. 긴장감이 감돌았던 현장은 영장 기각 발표 이후 안도 분위기로 바뀌었고, 추 전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현장을 떠났다.

이번 결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표결 방해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의 분수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야는 각각 “정치탄압 종결”과 “면죄부”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며, 향후 국회 대치 국면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