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함된 3자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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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트럼프, 푸틴(왼쪽부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저녁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내주 평화협상을 제안했다”며 “협상의 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표는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사무총장이 러시아 측에 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한 직후 나왔다.

젤렌스키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하려면 정상급 회담이 필수적”이라며,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을 재차 요구했다. 그는 과거에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협상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50일 안에 종전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재개 조건으로 유럽 국가들의 분담을 요구하며 러시아에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측도 회담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러시아 대표단은 3차 협상을 위해 이스탄불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통신 리아노보스티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회담을 준비해 왔고, 구체적인 일정이 곧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 5월과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두 차례 대면 협상을 진행했지만 포로 및 시신 교환 외에 전쟁 종식 관련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이번 제안이 성사될 경우 2022년 3월 전면전 발발 이후 약 3년 만의 실질적 휴전 협상이 재개되는 셈이다.

하지만 평화 협상 시도와는 별개로 러시아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SNS 플랫폼 엑스(X)를 통해 “러시아가 지난밤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및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소 10개 지역에 드론 300기와 미사일 30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오데사에서는 다층 아파트가 피격돼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으며, 북부 수미 지역에서는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돼 전력망이 마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협상 제안은 이 같은 러시아의 공습이 단행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며, 이를 두고 AFP 통신은 “강경한 대응 대신 대화를 우선시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향후 협상 일정과 형식은 미정이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조율자로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러시아의 실질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협상은 또 다시 공전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제 전면 충돌 3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전장 외 교섭 테이블에서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