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장기간 앙숙 관계를 이어온 코미디언 로지 오도널에게 '시민권 박탈'을 경고하며 또 한 번 대립각을 세웠다. 발단은 오도널이 텍사스 홍수 사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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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오도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로지 오도널은 우리 위대한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녀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오도널은 틱톡 등 SNS를 통해 “텍사스의 상황은 끔찍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상예보 시스템과 조기 경보 체계를 무시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정부가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국립기상청(NWS)의 인력을 줄인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해 놀라운 대응을 했다”고 반박하며, 오도널을 국가에 해를 끼치는 인물로 규정했다.

오도널은 즉각 반응하며 “트럼프는 내 진짜 모습을 알기 때문에 나를 두려워한다”며 “그가 권력을 남용하는 전형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뉴욕 출생으로 미국 시민권자이며, 지난 트럼프 재집권 직후 아일랜드로 아들과 함께 이주했다. 당시 그는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날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06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는 미스 USA 대회 조직위원장이었고, 우승자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일자 오도널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트럼프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트럼프는 여러 인터뷰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오도널을 조롱했고, 오도널도 이에 맞서 지속적으로 트럼프를 공격해왔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헌법상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의 시민권을 박탈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 또한 “해당 발언은 법적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4일 텍사스에 발생한 홍수로 현재까지 최소 121명이 사망하고, 17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초기 대응 지연과 예보 시스템 축소 정책이 참사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연방 기관들이 놀라운 임무 수행을 했다”며 자신의 행정부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권 박탈과 같은 극단적 대응은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오며 비판 여론을 자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