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향해 8월 1일까지 미국과 무역 협상에 적극 임할 것을 촉구하며 동맹국에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친구가 적보다 더 나쁘다”고 발언하며 기존 통상관계의 전면 재정비를 암시했다. 동시에 캐나다·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통보하고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 러시아 제재 강화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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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과 문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오는 8월 1일까지 설정된 상호관세 유예 마감 시한을 의식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저 열심히 일하라”는 짧은 발언은 곧 각국에 협상 지속과 통상관계 재조정을 요구하는 경고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친구와 적 모두에게 이용당해왔다"며, "솔직히 말해 많은 경우 친구가 적보다 더 나빴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동맹국에도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력히 적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브라질과 캐나다를 직접 언급하며 구체적인 조치도 함께 공개했다. 브라질에는 8월 1일부터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서한을 이미 발송했고, 캐나다에 대해서도 전날 35%의 관세 부과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서한이 잘 전달된 것 같다”며, 캐나다 측에서 연락이 왔음을 암시했다. 또한 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대한 사법 처리에 대해 “매우 불공정하다”며 내정간섭성 발언도 이어갔다. 이는 룰라 대통령과의 통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브라질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경제정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기조를 이어갔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 대해 “일을 끔찍하게 했다”고 비판하며, 기준금리를 “3%포인트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며 대선 국면에서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이번 발언은 차기 경제정책의 신호탄으로도 보인다.

안보 분야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우크라이나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 드론 공격에 파괴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기존 미국의 대러 제재 기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유럽과의 외교적 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동맹관계와 글로벌 질서를 재조정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친구와 적 모두를 동일한 기준에서 대하겠다는 그의 원칙은 각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역협정의 유예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읽히며, 미국 중심의 통상 질서 재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미국 우선주의 2.0’의 귀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