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FBI)이 2020년 대선 당시 중국의 우편투표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보고서를 고의로 회수한 정황이 내부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보고 내용은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국장의 상원 증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가 억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공화당 척 그래슬리 의원은 정치적 고려로 진실이 은폐된 것이라며 FBI의 정치화와 무능을 비판했다.

AI생성이미지=미 연방수사국(FBI)이 2020년 대선 당시 중국의 우편투표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보고서를 고의로 회수한 정황이 내부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가짜 운전면허증을 대량 생산해 미국 유학생과 이민자들에게 유포, 조 바이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부정 우편투표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서가 FBI 내부에서 작성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FBI 본부의 지시에 따라 배포 당일 회수되었으며, 보고 내용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가 있음에도 재발행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보고 내용이 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의 상원 증언과 충돌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었다.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청문회에서 “조직적인 국가 차원의 선거 사기는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해당 보고서는 이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일부 FBI 정보분석관은 보고서가 국장의 증언과 상충된다는 이유만으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정치적 결정이며 조직의 중립성과 진실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정보보고서의 출처는 중국 거주 인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받은 1차 정보였으며, 해당 정보원의 신뢰도도 FBI 내부에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FBI 올버니 지국은 보고서 작성 후 정보 재확인을 진행했으며, 정보의 신빙성에도 불구하고 FBI 본부는 “중국의 허위정보 캠페인일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이를 차단했다.

특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레이 국장의 증언과 상충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를 대통령에게 올리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문구가 반복되어, 조직적 차원의 정치적 셀프검열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 분석관은 “국장의 발언과 정보가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FBI는 이 정보를 수사하지 않았고, 관련 문서는 회수 및 보존 조치만 취해졌다. 이는 명백한 수사 차단 시도로 해석된다. 그래슬리 의원은 “팬데믹 속 중대한 대선을 앞두고 FBI가 국가안보 사명을 저버렸다”며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새로 취임한 카시 파텔 국장에게 FBI의 신뢰 회복을 위한 협력을 촉구하며, 전면적인 조사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폭로는 FBI가 선거 개입 의혹조차 검증하지 않고 조직 내 정치적 방어 논리에 따라 정보를 묵살했다는 점에서, 미 국민의 신뢰 회복과 정보기관의 정치화 방지라는 과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고서 회수가 아닌, 공공기관의 중립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며, 향후 상원 청문회나 내부 감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