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주정현과 최재혁이 세종문화회관에서 7월 18~19일 현대음악 공연 ‘원초적 기쁨’을 선보인다. 이들은 음표 없이 지시문으로 구성된 악보, 일상용품 활용 등 전례 없는 실험을 통해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무대를 구성한다. 두 작곡가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통해 극적인 현대음악의 스릴과 자유로움을 관객에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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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기쁨' 공연하는 작곡가 주정현과 최재혁 작곡가 주정현(왼쪽)과 최재혁.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1994년생 동갑내기 작곡가 주정현과 최재혁이 오는 7월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실험적인 현대음악 공연 ‘원초적 기쁨’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 진행하는 창의적 공연 기획 시리즈 ‘싱크 넥스트 25(Sync Next 25)’의 일환으로, 장르와 형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초적 기쁨’은 제목 그대로 감각의 본능적 자극을 목표로 한다. 공연에는 주정현의 신작을 포함해 알렉산더 슈베르트, 제시 콕스 등 동시대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소개된다. 특히 제시 콕스의 ‘퀀티파이(Quantify)’는 아시아 초연으로, 음표 대신 ‘소리를 최대한 다양하게 내라’는 지시문만 있는 악보를 통해 연주자에게 즉흥적 자유를 부여한다. 이에 대해 지휘자 최재혁은 “즉흥이라도 작전은 필요하다”며 리허설의 중요성과 연주자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주정현 역시 “연주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사람과 대화하듯 감각적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하며, 칫솔, 청소기 등의 일상용품을 악기처럼 활용하는 방식도 소개했다. 그의 작품은 사람과 악기의 접촉뿐 아니라 사람 간의 물리적 접촉을 주제로 삼고 있어 육체성과 청각의 결합을 중시한다. 반면 최재혁의 작품 ‘스트레이트 투 헤븐’은 정교한 악보와 명확한 지시를 바탕으로 짜여진 반대 지점에 있다.
이번 공연은 청중의 감각적 몰입을 돕기 위해 공연장의 공간 배치도 전례를 깬다. 전통적인 무대와는 달리 두 개의 삼각형 무대가 마주보고 있으며, 관객은 그 사이에 자리해 소리의 충돌과 융합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최재혁은 “소리가 낯설기에 눈으로 즐길 요소를 더했다”며 무대의 시각적 재미까지 고려한 설계를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공연을 통해 ‘드문 현대음악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주정현은 “한국에서 이런 시도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흔치 않다”고 했으며, 최재혁은 “곡 사이의 끊김 없는 공연으로 새로운 몰입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재혁은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우승자 출신으로, 런던 심포니를 지휘한 경력을 지닌 떠오르는 현대음악 거장이다. 주정현은 서울과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실력파로, 현재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이 무대는 실험성, 감각성, 음악성 모두에서 파격적인 시도이며, 현대음악의 저변 확대와 감각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대표적 사례로 주목된다.
이번 공연은 관객이 음악을 ‘듣는’ 차원을 넘어, 음악을 ‘보는’ 감각까지 열도록 유도한다. 기존의 공연문법을 과감히 해체한 ‘원초적 기쁨’은 익숙한 음악에 안주했던 대중에게 도전이자 해방이 될 수 있다. 극단적인 실험이면서도 명확한 감정과 주제를 관통하는 이 공연은, 현대음악이 여전히 살아 있고 변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