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드래곤(G-Dragon)의 대만 콘서트에서 입장권을 대량으로 불법 구매해 고가로 되판 암표상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은 티켓 가격의 10배 이상 웃돈을 붙여 팔아 약 9억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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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새 월드투어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만 내정부 형사경찰국은 23일,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GD 월드투어 ‘위버멘쉬’ 공연 관련 암표상 류모 씨(40대)를 포함한 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홍콩 티켓 해킹 엔지니어와 공모해 티켓 구매 해킹 프로그램과 가짜 신분증 생성기로 실제 예매가 어려운 티켓을 대량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압수수색을 통해 지드래곤 공연 관련 입장권 1천여 장과 교환번호 1천500개가 적발됐으며, 오는 10월 가오슝에서 열릴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 500장도 추가로 발견됐다. 또한 범행 자금으로 추정되는 16만4천 대만달러(약 760만원)도 확보됐다.
류씨는 3만원(800대만달러)짜리 티켓을 최고 46만원(9,800대만달러)에, 42만원(8,980대만달러) 티켓은 258만원(5만5천대만달러)에 되팔았다. 그는 심지어 실명 확인을 피하기 위해 구매자에게 위조된 신분증을 제공하는 인력까지 운영하며, 공연장 인근 호텔을 거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것은 단순한 암표 거래뿐만 아니라, 대만 문화계에서 시행 중인 실명제 기반 티켓 시스템이 조직적인 방식으로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지드래곤 공연 당시 약 300명의 암표 구매자가 위조 신분증을 통해 실제 입장한 것으로 확인되자 팬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타이베이시 문화국과 형사국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한편 이 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도 정가 41만원짜리 티켓이 최고 1,878만원(40만대만달러)에 거래돼 대만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따라 대만 입법원은 지난해 5월 암표에 대해 최대 50배 벌금 부과가 가능한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사태는 대만 공연 문화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일각에선 외국 대형 콘서트를 노리는 조직적 암표 유통망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국은 향후 티켓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기술적 실명 인증 절차의 보완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