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에 시력을 잃고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20대 청년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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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경기도 부천 출신의 이동진(28) 씨는 지난 5월 뇌사상태에 빠진 후 심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하고 숨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이씨가 장기를 기증해 3명에게 새로운 삶을 안겼다고 전했다.

이씨는 어버이날 아버지와 식사를 한 뒤 잠들었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일주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생후 9개월 때 안구암 진단을 받고 4년간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시력을 잃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어머니가 심장판막 수술 도중 세상을 떠나면서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함께 안마사로도 활동했다. 특히 장애인 취업을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주변은 기억했다.

어릴 적부터 시력은 없었지만 항상 밝은 미소로 주변에 희망을 주던 그는, 끝내 생명을 나누는 선택으로 또 한 번 세상을 따뜻하게 했다.

유족은 "아들이 마지막 순간에도 좋은 일을 하고 떠나게 하고 싶었다"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아버지 이유성 씨는 “이제는 엄마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울먹이며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동진 씨의 마지막 선택은 고통을 안고 살아온 삶의 종착지에서,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빛으로 남았다.
그의 선한 영향력은 장기를 받은 이들의 몸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