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유튜버·운동선수 잇단 암 사망
20대 암 발병률 26% 폭증…대장·위암 중심
검진 사각지대, “젊을수록 더 위험한 미만형 위암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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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배우 장진영의 영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위암 투병 끝에 31세로 사망한 배우 강서하를 비롯해, 20~30대 젊은층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이어지며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20대의 암 발병률은 무려 26%나 증가했다. 2023년에는 한국 50세 미만 성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연령대의 대장암 증가 속도도 연평균 4.2%로 가장 빠르다.

곽종면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장은 "전 국민 대상 암검진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개인이 암에 관심을 가지고 조기에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은 권장된다"고 말했다.

가수 겸 배우 청림은 37세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튜버 꾸밍(이솔비)은 난소암 투병 끝에 2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복막암으로 39세에 세상을 떠난 뮤직비디오 감독 권순욱, 골육종으로 24세에 사망한 이두환·노진규 선수, 그리고 위암 판정 1년 만에 유명을 달리한 배우 장진영(향년 37세)까지. 이처럼 젊은 암은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위암은 30대 사망률 1위 암으로, 이 연령대의 환자 대다수가 예후가 나쁜 ‘미만형 위암’에 걸린다. 김나영 서울대병원 교수는 "40세 미만 위암 환자의 90% 이상이 미만형 위암이며, 이는 폐암보다 예후가 더 나쁘다"고 밝혔다. 그는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같은 전조 없이 발병하고, 육안으로도 구분이 어려워 조기 발견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에서 대장암이 급증하는 이유로는 식습관과 스트레스, 음주·흡연 등이 꼽힌다. 허혁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유전보다도 붉은 육류·가공식품·운동 부족·비만 등이 발병에 영향을 주며, 특히 남성의 경우 음주량과 대장암 발병 간의 연관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에서 시행 중인 암 검진 대상은 대부분 40세 이상이며, 대장암과 폐암은 50세 이상부터다. 따라서 20~30대는 스스로 자비로 검진을 받아야 하며, 대장내시경 등 고비용 검사는 접근성도 낮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국립암센터는 최근 대장암 선별검사를 45세 이상부터 확대하는 권고안을 준비 중이다. 허 교수는 "현재 50세 이상에게 시행되는 분변잠혈반응검사는 암 초기에 피가 나오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며 "내시경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암 유전력 보유자나 위험 생활습관을 가진 청년층은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펩시노젠 수치와 헬리코박터균 양성 여부 등으로 위암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며 "20대부터 음주량이 많은 경우 대장내시경 등 선제적 검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암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암’은 더 조용히, 더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 제도와 별개로 각자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