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 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당초 기대와 달리 적자로 전환됐다.
공사 기간 지연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누적 수익률은 -0.2%까지 떨어졌고, 한전과 한수원은 1조4천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 문제를 두고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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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 원전 4호기 [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가 19일 한전의 상반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UAE 원전 사업 등' 항목의 누적 손익은 34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말 2.0%였던 누적 수익률은 2024년 말 0.3%로 떨어진 뒤 올해 상반기에는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수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로 구성된 대형 프로젝트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22조6천억 원 규모로 수주한 한국의 첫 원전 수출 사업이다. 원래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최종 4호기는 2024년에야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이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은 UAE 발주사와 한전의 귀책으로 인해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한전에 정산을 요구했다. 올해 5월에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 신청까지 제기했다. 반면 한전은 "팀 코리아" 차원에서 발주처로부터 먼저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전은 한수원이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 중 약 10% 수준인 1,700억 원만 충당부채로 반영해 둔 상태다. 발주처가 추가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바라카 원전의 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손익 계산을 넘어 국가적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한다. 한전은 "UAE 원전 수출은 국내 원전 생태계에 대규모 일감을 제공했고, 향후 60년간 전력 판매 배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경제성과 함께 외교·산업적 파급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한국 원전 수출 정책의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수주 실적에 집중하기보다 사업 관리와 수익성 확보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라카 원전의 적자 전환은 향후 체코 등 신규 원전 수출 협상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