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성향 케이블 방송사 뉴스맥스가 2020년 대선을 둘러싼 부정선거 음모론을 보도했다가 전자투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스와 합의하며 6천700만 달러(약 93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평결을 앞두고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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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음모론을 보도했다가 거액을 배상하게 된 미국 방송사 뉴스맥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맥스는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누른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미니언이 베네수엘라 업체와 연계해 소프트웨어로 집계를 바꿨다는 허위 의혹을 18차례 이상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뜨렸다. 이에 도미니언은 2021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며 16억 달러(약 2조2천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도미니언의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며 올해 4월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배심원단은 뉴스맥스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보도했는지, 손해배상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이 본격화되기 전 합의가 성립되면서 뉴스맥스는 배상에는 동의했으나 공식 사과나 기사 삭제는 거부했다.

앞서 2023년 폭스뉴스도 같은 도미니언 조작설을 보도했다가 7억8천750만 달러(약 1조900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폭스뉴스는 현재 또 다른 전자투표 업체 스마트매틱이 제기한 27억 달러(약 3조7천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앞두고 있다. 뉴스맥스 역시 지난해 9월 스마트매틱과 관련해 4천만 달러(약 555억원)를 배상한 바 있다.

미국 내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폭스뉴스와 뉴스맥스는 "손해배상 소송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하며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허위 사실 보도가 사회적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언론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대선을 둘러싼 부정선거 음모론이 미국 정치와 언론의 신뢰에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다시 보여주고 있다. 향후 진행될 스마트매틱 소송 결과에 따라 보수 매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