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인공지능(AI) 확산 여파로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 AI가 수천 줄의 코드를 즉시 작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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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자료사진]
퍼듀대 컴퓨터과학 전공자 마나시 미쉬라(21)는 졸업 전후 1년간 구직 활동을 이어갔지만, 면접 기회를 제공한 곳은 멕시코 음식점 체인 ‘치폴레’뿐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사연을 담은 틱톡 영상은 조회수 14만7천 건을 기록했다. 오리건 주립대 졸업생 잭 테일러(25) 역시 5천700여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은 13번뿐이었고 정규직 제안은 전무했다. 그는 생활비를 위해 맥도날드에 지원했으나 ‘경험 부족’으로 탈락해 현재 실업수당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 초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 코딩 교육을 장려했다. 이에 따라 컴퓨터 관련 전공자는 급증해 2024년에는 학부 과정 전공자가 17만 명을 넘었고, 이는 2014년 대비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AI의 빠른 확산과 함께 아마존, 인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며 전공자들의 일자리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2∼27세 컴퓨터과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6.1%,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7.5%로 집계됐다. 이는 생물학·미술사 전공자의 3%대 실업률의 두 배 이상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연방정부 인력 축소와 고용 동결이 겹치면서 공공 부문 취업 기회도 급감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졸업생들이 특히 심각한 취업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며, AI 시대에 맞춘 교육과 커리어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