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를 대표하던 간판 멜로 배우 윤일봉이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다. 한국 영화계는 원로 명배우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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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일봉 (사진=연합뉴스)

윤일봉은 충북 괴산군에서 태어나 1947년 영화 ‘철도이야기’, 1948년 ‘푸른 언덕’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1955년 ‘구원의 애정’ 주연을 맡은 뒤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애원의 고백’, ‘행복의 조건’, ‘사랑이 피고 지던 날’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흥행 멜로 영화의 중심 배우로 자리 잡았다.

1956년 ‘협객 임꺽정’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활동의 중심은 언제나 영화였다. 그는 평생 10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하며 중년 멜로부터 액션, 드라마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내가 버린 여자’, ‘내가 버린 남자’, ‘바다로 간 목마’에서는 비극적 사랑에 빠진 중년 남성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윤일봉은 신성일, 남궁원과 함께 1970년대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 불렸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는 신성일과 나란히 출연하며 당시 멜로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애하’, ‘여자의 함정’, ‘가고파’ 등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연기 활동뿐 아니라 영화계 발전에도 힘을 쏟았다. 1998~1999년 제11대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지냈고,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정책·산업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1984년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015년에는 대종상영화제 한국영화공로상, 2021년에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공로영화인상을 받으며 평생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인은 배우 유동근의 누나인 고 유은이 씨와 1951년 결혼했고, 부인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로 예정돼 있다.

윤일봉의 별세는 한 시대를 대표하던 한국 멜로 영화의 상징이 떠난 사건이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성취는 한국 영화사에 깊이 기록될 것이며, 원로 배우로서의 품격과 공로 역시 영화계에 오래 남을 유산으로 평가된다.